[짐총] 이별 후 삭제 by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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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총] 이별 후 삭제






시간이 났다, 정말로 오랜만에. 박지민, 네가 생각날까봐 일부러 해내오던 일도 끝이 나고 네 생각으로 쉴 세 없던 머리도 이제 잠잠해서 온전히 나의 시간이 생겼다. 아니, 원래 나의 시간이 드디어 기어나왔다. 시간이 나면… 나는 뭘 하더라? 네가 아닌 다른 생각을 했다는 것에 스스로 놀랄 즈음, 오래도록 손에 쥐여져있던 휴대폰의 감촉이 새삼 느껴졌다.


아, 음악.


서랍속에 뒤엉키지도 않고 널부러져있는 이어폰을 휴대폰에 연결하고 귀에 맞추어 꽂았다. 그 느낌이 이상스레 어색했다. 조심스럽게 플레이어의 목록을 훑던 나는 살짝 굳어지는 표정을 스스로도 느꼈다.
나는 음악을 꽤 좋아했더라고, 길게 늘어져 있는 목록을 하나하나 읽어내려가기도 전에, 나는 너의 잔해를 발견한 것이다.





너와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나는 당연하다는 듯 정리되지 않은 기억에 가슴이 답답해 왔다. 나보다 조금 작은 너의 신발이 있던 현관과 너의 신발이 가득 했던 신발장과 너와 함께 뒹굴거리던 거실과 그 옆의 부엌에서 너와 밥을 먹던 식탁과 밥공기와 수저와 그 옆의 네가 음식을 해주는 날이면 어김없이 쓰인 도마와 칼,냄비 그리고 바닥마다 찍혀 있는 듯한 너의 발자국과 저 멀리 열린 방문으로 보이는 함께 시간을 보내던 침대와 책상과 여전히 바쁜 시계 밑으로 네가 낙서한 삐뚤삐뚤한 선의 내 얼굴 옆으로 난 문 안의 두 개의 화장실 슬리퍼. 하나는 검은색, 다른 하나는 네가 좋아하던 흰 색이고 칫솔소독케이스 안을 채운 칫솔 두 개와 쓰다 남은 치약과 너의 향기가 그윽한 수건때문에 큰 보폭으로 집을 나가려는 내 발걸음을 붙잡은 그, 소중한, 절대 버릴 수 없는 너와 내가 환히 웃는 그 액자가, 벽에서 떨어져 보금자리를 떠나졌다. 급히 구겨 신은 너와의 커플 신발과 같은 곳을 향하던 액자가 저멀리 내던져져 쓰레기더미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유리가 깨졌다. 그 소리가 오래도록 귀를 떠나지 않았다. 못했다.

무작정 옮기는 발걸음에 차이는 자갈같은 기억조각을 하나 하나 말끔이 회수했다. 작년 여름 동해바다에 남겨두고온 조각은 보류해두고 네가 좋아해 자주 가던 국밥집에도, 너와 나의 집과 가장 가까운 영화관에도, 네가 평생 함께 걷자고 했던 공원에도, 너와 똑닮은 피규어전문점에도, 너와 내가 남겨둔 조각을 하나하나 주워 올렸다.



잠시 벤치에 앉았다.
또,또 어디에 무엇을 남겼을까…?







그렇게 다 수거해 폐기했다고, 그렇게 믿었는데.자조적인 웃음이 흘렀다.

전부 다, 전부 다 네가 좋아하던 노래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야. 듣고 싶다, 이 노래. 정말 좋았는데. 네가 들어보라고 건낸 이어폰에서 나는 벅참을 느꼈다. 음악이라는게, 이렇게 대단하구나, 싶었던 그 노래. 듣고 싶다. 듣고 싶은데 네가 생각날까봐 못 듣겠어. 이미 네가 생각난 거 맞는데 말이야, 이 노래를 들어버리면 난 분명.

나는 노래를 재생시켰다. 그 벅참을 느끼고 싶었다. 가슴을 타고 흐르는 그 기묘한 감정을 느끼고 싶었는데, 없다. 없어,그 느낌. 당황스러웠다.

왜?
너무 많이 들어서?
봄이 아니라서?
이어폰이 오래 방치되어 있어서?




…네가 건내준 이어폰이 아니라서…?




나는 이어폰을 뽑아낼 수밖에 없었다.

네가,
너의 웃는 얼굴이,
이어폰을 건내던 손끝이,
빈틈없이 머리를 가득 채워 음악을 더 채워넣는다면 정말로 과부하가 되어 정말로

너를 생각하는 일마저 못하게 될 것 같아서






나는 이어폰을 뽑아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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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슙민 생각하고 썼어요ㅎㅎ 랩민도 괜찮고 뷔민도 괜찮고 룰루
저는 아련한게 왜이리 좋을까요ㅠ♥ㅠ아련성애자 예이~








덧글

  • 2014/08/31 00:5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자유 2014/08/31 07:38 #

    역시 아련한거 좋져~ㅠ.ㅠ 주인공이 힘들어하는거 보면 저도 제가 다 힘든거 있죠? 인상써지는건 기본이고요ㅠㅠ 그래서 담담함속의 슬픈 이별 아니면 아련한 걸 좋아하나봐요ㅎㅎ
    들러주시고 읽어주시고 소중한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소통할 수 있어서 기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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